메뉴 건너뛰기

샬롯츠빌한인교회

자유게시판

2008.04.22 23:17

청소하다 받은 은혜

조회 수 6226 추천 수 332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얼마전에 써본 글로 구역 예배 때 읽었는데 좋은 글이라고 격려들을 해주셔서 올려봅니다.

                                  청소하다가 받은 은혜 하나
                               2008. 3. 25 샬롯츠빌에서 김민수

안식일 다음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닫아 걸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들어오셔서 그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인사하셨다. (요 20:19)

미국에 올 때 최소한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아내와 아이들 운전기사 일을 충실히 하는 것과 설거지와 집안 청소를 맡아 잘하는 것이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나로서는 가족 틈을 비집고 그 안에 들어가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동네 지리와 교통 규칙들을 좀 익히고 차 핸들을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되자 다음으로 집안 대청소를 시작했다.
창고, 주방의 선반들, 벽장 등 집안 공간 구석구석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다 끌어내어 닦을 건 닦고, 수리할 건 수리하고, 버릴 건 버리고 한 후, 다시 분류하여 잘 정리해서 각 공간에 집어넣는 일을 하는 데 매일 여기에 매달려 2주 이상이 걸렸다.

‘혼돈에서 질서로’.
한국에서부터 집안 대청소를 몇 번 하는 동안 이 과정의 묘미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많은 물건들을 끌어내어 거실 바닥에 늘어놓고 보면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우선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같은 종류의 물건들이 여기 저기에서 끝날 만하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한다. 그러나 한참동안을 쉬엄쉬엄 살핀 후에 대강 분류의 틀을 세우고 그 틀에 따라 널려있는 물건들을 다시 하나하나 집어넣을 때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처음 세운 틀을 조금씩 수정하기도 한다. 모든 물건들을 새롭게 정리하여 가지런히 집어넣고 보면 참 보기가 좋다. 질서의 아름다움, 아니 질서 창조의 기쁨같은 것이 느껴진다.

필요한 도구인데도 어디 구석 깊숙이 쳐박혀 있어 모르고 있던 것을 꺼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먼지나 때가 너무 심하게 묻어 사용하기 힘든 것들을 깨끗이 닦아 거의 새 것처럼 만들고, 손잡이 나사가 헐렁하다든가 하는 작은 문제들로 팽겨쳐진 살림도구들을 고쳐 놓고, 잘못 설정된 것들을 바로 잡아 놓으면 다시 사용하고 싶은 맘이 들게 된다.
이런 일을 한참 하고 있는 데 아내가 옆에서 “부활하는 것들이 많네!”하고 칭찬을 해 준다.

순간 ‘그렇구나 존재들의 부활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인간들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가치없는 상태’에서 ‘가치있는 상태’로 바뀌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들이 소망하는 부활이 아닐까. 죽었다가 다시 산다는 것. ‘나의 가치없음을 알고’ ‘가치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부활이 아닐까.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그것은 몸이 살아있어도 죽음과 같은 것이리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을 잃었을 때, 자기 스스로가 도저히 맘에 들지 않아 자신에게 절망할 때, 사회적으로 크게 비난받게 되어 더 이상 얼굴을 들고 거리를 다닐 용기가 나지 않을 때, 꿈꾸던 일이 좌절되고 마지막 믿었던 희망마저 무너져 이제는 이땅에 아무런 미련이 없게 되었을 때, 그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리라. 그리고 이런 죽음은 스스로를 이길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누가, 또는 무엇이 우리를 이런 죽음에서 건져내 줄 수 있을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누가 나를 ‘가치있다’고 ‘살아나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굳게 닫힌 문을 뚫고 부활하신 예수가 우리 가운데 들어와 말씀하신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요한복음 20:19 중에서)

  • 최영훈 2008.04.23 02:21
    다시 읽어보니, 지난 모임에서 집사님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으시던 기억, 그리고 그때 제가 받은 은혜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교회 소개 동영상 4 관리자 2015.09.29 19657
공지 KCCIC 게시판에 글 올리기 kccic_admin 2010.05.12 23365
1091 [re] Great and Beautful KCCIC Home Page 23 A KCCIC member 2006.01.02 9156
1090 [re] Great and Beautful KCCIC Home Page 49 정보람 2006.01.02 7552
1089 [re] Great and Beautful KCCIC Home Page lsdpharm 2006.01.02 8926
1088 교회학교 선생님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주병열 2006.01.02 8919
1087 [re] 교회학교 선생님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41 학부모 2006.01.02 7597
1086 전입신고합니다 이승민 2006.01.02 7357
1085 [re] 전입신고합니다 주병열 2006.01.02 9380
1084 샬롯츠빌로 이주예정입니다. 권영준 2006.01.02 10043
1083 [re] 샬롯츠빌로 이주예정입니다. 주병열 2006.01.02 9960
1082 [re] 샬롯츠빌로 이주예정입니다. 손호준 2006.01.02 10316
1081 보스턴에서 안부인사 드립니다. 43 최경선 2006.01.02 7343
1080 [re] 보스턴에서 안부인사 드립니다. 주병열 2006.01.02 9005
1079 [re] 보스턴에서 안부인사 드립니다. 김인혜 2006.01.02 8385
1078 [re] 보스턴에서 안부인사 드립니다. 박유희, 윤진수 2006.01.02 8925
1077 이주날짜 연기 권영준 2006.01.02 8321
1076 [re] 이주날짜 연기 손상혁 2006.01.02 8539
1075 안녕하세요 곽신옥집사 2006.01.02 6884
1074 [re] 안녕하세요 김영일 2006.01.02 8813
1073 [re] 안녕하세요 유가영 2006.01.02 9321
1072 감사인사드립니다 남궁성 2006.01.02 906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