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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해와 달" 2007년 10월호에 김양규님 (부산 거주) 이 쓰신 글을, 저자의 허락을 받고 아래에 옮깁니다. 2007년 지난 8년간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긴 저에게 도전을 준 글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특히 변화에 저항하는 저를 이곳 샬롯츠빌로 보내신 뜻을 생각합니다. 출처는 "해와 달" 사이트 (http://www.hae-dal.com/mp.htm --> 왼쪽의 "쪽지 해와 달" 클릭 --> "2007년 10월호" 클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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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의 전쟁>을 쓴 정진호 교수. 연변과기대(科技大) 교수이자 평양과기대 부총장이다. 그분의 책에 나오는 얘기 한 토막.

잘 나가는 오르가니스트 아내를 데리고 거칠고 삭막한 땅 연변으로 갔다.

미국 유학시절, 보스턴에서 원 타임에 100불씩 받고 레슨을 했던 교수 아내. 그녀가 동토의 땅 연변에서 콩나물표도 모르는 코흘리개들을 앉혀놓고 도레미를 가르치며 얼마나 울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연변의 땅이 거칠면 거칠수록 아련한 보스턴 시절을 생각하며 눈물짓곤 하던 아내.

그러던 어느 해 여름. 아주 오랜만에 미국 보스턴, 꿈에도 그리던 보스턴을 아내와 함께 다시 갈 일이 있었단다. 아래에 그 책에 나오는 내용을 옮겨보았다.


『 고색창연한 아치형 교회건물과 현대식 빌딩이 조화를 이룬 보스턴의 아름다운 시가지는 여전히 청명한 하늘 햇살 아래서 신비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보스턴이었기에 아내가 오랜만에 마음껏 만끽하기를 내심 기대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내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보스턴 이야기만 나와도 가슴 설레던 그녀가 정작 보스턴 땅을 밟고서도 심드렁하여 별로 웃지도 않았다.

그래도 옛날에 그녀가 다니던 학교는 한번 데리고 가야할 것 같아서 후배의 도움을 받아 찰스 강변을 따라 보스턴 대학의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건물들을 찾아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피곤한 듯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그녀가 오르간 독주회를 했던 마쉬 채플 앞을 지나가다가 옛 생각이 나서 아내의 손목을 잡아끌고 차에서 내렸다.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엄숙한 채플 안은 10여 년 전 모습 그대로 여전히 고풍스런 분위기 속에 남아있었다. 크고 아름다운 파이프 오르간이 전면을 감싸고 우리를 맞이했다.

중앙 복도를 가로질러 앞자리에 앉아 잠시 기도를 했다. 옛날 아내가 이곳에서 연주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조금 후 아내도 그때가 생각나는지 조심스레 단위에 올라가 오르간을 기웃거렸다. ‘아마 다시 한 번 쳐보고 싶겠지’라는 생각으로 있는데, 집사인 듯한 분이 다가와 아내에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는다.

아내는 자신이 이 학교 학생이었다고 이야기하며 오르간을 잠시 만져보아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너그럽게도 흔쾌히 허락했다.

아내는 미끄러지듯 오르간 의자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중국에 처음 이삿짐을 풀던 날 가지고 간 연습용 전자 오르간으로 정신없이 『바흐』를 쳐대던 아내의 뜨거운 열정이 떠올랐다.

그녀의 인생과도 같았던 바흐. ‘또다시 바흐를 치려나?’

그러나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조용한 찬송가 반주였다.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찬송가를 메들리로 치고 있는 그녀의 성숙한 모습에서 10년의 세월 속에 감추어진 눈물이 느껴졌다.

오르간 선율 속에 담긴 그녀의 아픔이 파도처럼 내 가슴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또 울면 어떡하나?’하고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뚝 그치며 그녀가 일어섰다. 울음이 터지기 직전에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울음을 꺾어버린 것이다.

안심과 안도(安堵). 눈시울이 붉어진 아내의 어깨를 감싸고 나오는데 그녀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걸어가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내가 중국 땅에서 그 동안 가르친 제자들이 인근 도시들에서 교회 반주자로 활동하고 있고, 그중에는 오르간을 배우고 유학을 다녀와서 중국 최초의 전문적인 오르간 반주자를 꿈꾸는 제자도 있다.

언젠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아내의 눈물이 씨앗이 되어 자란 그 제자들에 의해 중국의 교회가 부흥하고 곳곳에서 찬송이 차고 넘치는 그날이 오면 후세 사람들이 아내가 중국 교회음악의 어머니였다고 기억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며 그녀의 거칠어진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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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데 얼마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지… 바깥 날씨가 무척 덥지만 삼복더위의 막바지에 내 마음, 내 가슴 속엔 더욱 더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바흐』까지지만, 우리에겐 그 다음 단계가 있다는 것을, 바흐의 다음단계는 하나님의 성호를 찬양하는 찬송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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