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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다닐 때 함께 공부하던 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이 친구는 학교를 다닐 때 해 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하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싶었고, 다른 하나는 자취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 기회가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행복한 고민이었죠. 처음 대학을 다닐 때는 형님 댁에서 주로 생활하였고, 형님 댁에서 더 이상 살 상황이 되지 못하지 어머님께서 하시던 일을 정리하시고 학교 근처에 집을 얻어서 그를 돌보아 주셨습니다. 그의 부모님을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아버님은 그가 10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님이 그 일을 오래 동안 이어오셨습니다. 그가 막내였기 때문에 많이 사랑해 주셨던 것을 나중에야 조금씩 더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그 때도 여전히 그를 품 안에 있는 아기로 여기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혼할 때까지 어머님과 함께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맘마 보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서울 동쪽 끝에 워커힐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장로회 신학대학을 다녔는데, 같이 공부하는 한 친구가 구로구에서 학교를 다니려니 너무 힘들다고 얼마간 그 집에 함께 생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님이 그 친구도 끔찍이 사랑하셨습니다. 그의 어머님이 그들을 사랑해 주시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콩 밥을 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콩 밥을 끔찍이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콩 밥을 먹을 때마다 이 친구가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상을 방으로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얼른 보니 콩 밥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밥그릇에 콩이 더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가 그 어머니의 아들에게 눈치를 주면서 얼른 밥그릇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한 숟가락 뜨는데, 그 밑에는 그 친구의 밥그릇에 콩이 더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는 둘이서 ‘야! 하나님께서 네 몸 좋으라고 주시는 것을 마다하니 하나님께서 너의 버릇을 고쳐주려고 하신다’고 하면서 한참 웃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어머님은 비교적 건강하셨습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잘 다니셨습니다. 서울에 전철이 상당히 복잡한데도 전철을 타고 다른 자식들 집을 다니시는 일을 많이 즐기셨습니다. 그런데 가실 때면 꼭 쪽지를 남기셨습니다. 그의 어머님은 배움도 별로 없으셨기 때문에 맞춤법도 잘 맞지 않으셨는데, 꼭 가실 때면 두루마리 화장지를 몇 개 찢으셔서 그 위에 쪽지를 남기셨습니다. “엄마 형네 집에 갔다 올게, 밥솥에 밥해 놨으니 찾아 먹어.” “누이가 갑자기 오라고 해서 간다. 조카가 아프대. 밥 차려놨으니 때 늦지 말고 먹어” 보통 이런 식으로 메모를 남기셨습니다.

어떤 경우는 잘 읽을 수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글을 읽을 때면 언제나 어머님이 평소 말씀하시는 그 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감과 음색, 그리고 표정까지 그 글 속에 담겨져 있음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 화장지를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한 장 두 장 모으다 보니 꽤 많아졌습니다. 잘 보지 않는 성경책 갈피에 넣어놓았습니다. 얼마 후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가 그의 어머님으로부터 받은 유산이나 기억될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있다면 그 쪽지들이었습니다. 그 쪽지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이었고, 마음이었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그 쪽지는 저로 하여금 어머님을 가장 강하고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톤을 느끼게 해 줍니다. 어머님의 따듯한 사랑과 향취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물건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시고 당신의 생명을 우리를 위해 주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살이 찢겨 나가고, 그 분의 몸속에 모든 피를 다 쏟으시는 순간까지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거행하는 성찬식은 바로 그것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준비되어 있는 떡(빵)과 포도즙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시중에 나가면 구할 수 있는 포도즙이고 집에서 방법만 알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빵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떼고 마시려고 하는 떡과 포도즙은 단순히 그냥 물질적인 떡과 포도즙 그 이상입니다. 두루마리 화장지에 씌어진 글을 보면서 어머님의 목소리 톤과 표정과 사랑을 느꼈던 아들처럼 우리는 주님이 주시는 떡과 포도즙을 먹고 마시면서 주님의 표정과 말씀하시는 톤과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원합니다.


성찬식의 근원은 출애굽기 12장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급에서 400년 동안 종으로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급에서 구원하실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열 가지 재앙을 내리십니다. 그 마지막 재앙이 바로 장자가 죽는 재앙이었습니다. 애급에 있는 사람과 모든 육축으로부터 첫 번째로 나은 생명은 모두 죽게 되는 재앙입니다. 장자가 죽기로 되어 있는 그 날 죽음의 천사가 다니면서 모든 장자를 죽이게 됩니다. 하지만 재앙의 목적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시기 위한 것이었기에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을 방법을 보여주십니다.

그 달 10일에 가정마다 양을 한 마리씩 준비합니다. 그리고 14일이 되면 그 양을 잡아서 그 피를 집 바깥문에 바릅니다. 그러면 죽음의 천사가 그 피를 보고 그 안에 있는 장자를 죽이지 않고 넘어갑니다. 그래서 이 날을 기념하여 유월절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이를 passover라고 합니다. 그 말 자체가 의미하듯이 유월절이란 죽음의 천사(세력)가 이스라엘 백성들, 즉 하나님의 백성들을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14일부터 무교절이 시작됩니다. 무교절이란 누룩 없는 떡과 쓴 나물과 양고기를 먹는 일주일간의 절기입니다. 유월절에 잡은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그 고기와 떡과 쓴 나물을 먹으면서 그들은 애급에서 나와 홍해를 건너고 광야로 들어갑니다. 아마도 이 기간이 일주일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지고 온 모든 음식을 먹은 후 광야에서 하나님께서 내려 주시는 만나를 먹게 됩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큰 명절입니다. 유월절은 매년 지키도록 하나님께서 특별히 명령하셨습니다. 유월절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그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만큼 중요했습니다. 본문에 보면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고 계십니다. 최후의 만찬이라고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유월절 만찬입니다. 본문 15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그리고 그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하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월절이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급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구속받는 과정에서 양을 잡아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양의 고기를 먹으면서 구원받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월절에 필연적으로 나오는 사건은 바로 양의 죽음입니다. 양이 죽고 그 피를 문설주에 바름으로 결정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구원받게 된 것입니다.

요한복음 19장 14절에 보면, 유월절 만찬을 하시던 날이 정월 14일, 바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키던 날이 아니라 정월 13일이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유월절 만찬을 하시는 과정에서 떡과 포도주는 있지만, 실제로 제물이 될 양은 빠져 있습니다. 그 제물이 바로 누구였습니까? 바로 다음날 아침 십자가에 달리실 예수님 당신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셨다는 말씀은 바로 그 의미입니다. 십자가에 먼저 죽으신 후 성만찬을 하실 수 없으셨기 때문에 주님은 먼저 성만찬을 하시고, 이를 기억하여 기념하라고 말씀하시고 난 후, 다음 날 당신의 몸을 친히 악한 이들에게 맡기셔서 십자가 위에서 몸을 찢기시고, 피를 흘리신 것입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떡을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그리고 이어서 잔을 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 그리고 이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정작 십자가에 달리실 때 대부분의 제자들을 다 도망가고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지나고 나니 부끄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주님께서 분부한 명령을 후에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성찬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성찬식을 할 때마다 그들은 주님께서 자신들을 위해 죽으신 그 은혜를 기억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한 아들이 지니고 있는 화장지 쪼가리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위에 씌어진 글을 통해 그 아들은 어머니의 체취를 느끼고, 어머니의 사랑과 말씀하시는 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화장지 조각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해서 그 안에 씌어있는 글도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그 아들과 어머니 가운데 있는 관계는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하는 이 성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는 그 자체로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떡과 포도주에는 주님의 진한 사랑과 아픔과 고통이 담겨 있습니다. 제자들은 이 떡과 잔을 먹고 마시면서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하시는 톤을 기억해 냅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주님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안에는 주님께서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가 서려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 성찬을 대하는 자에게 이렇게 경고합니다.(고전11:27)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치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를 범하는 죄가 있느니라.” 이 시간 우리 경건한 마음으로 주의 성찬식에 참여하겠습니다. 이 시간 세례 받으신 분은 누구나 이 성찬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찬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시거나, 혹 아직 주님의 십자가의 죽으심이 나를 위해 찢기시고 흘리신 사건임을 믿지 못하신다면 오히려 받지 않으심이 본인과 교회 공동체에 더 유익할 것입니다. 성찬식을 통해 주님의 은혜가 성도님들에게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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