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by 주병열목사 posted Mar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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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기독교 사이트에서 “변함없는 교회 개혁 언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교회 개혁을 위해 기치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이런 의지를 갖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만, 오래 동안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같은 길을 변함없이 가기 위해서는 고통스런 자기 점검이 필요합니다. 교회나 다른 사람을 향한 비판만큼이나 자신을 향한 점검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이나 교회의 문제만을 들추겠다는 자세는 옳지 못합니다. 하지만 개혁을 외칠 때 우리는 자주 그런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자신이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흔적이 남는 사역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강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잠시라도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 저의 모습에 흠칫 놀라곤 합니다. 강한 리더십, 담임목사로서 더 소신있는 목회적 자세, 이런 것들이 부분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 안에 저 자신이 기준이 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내가 10년 가까이 목회해 왔는데’ 하는 생각입니다. 문제는 그 안에 자기 의와 자기 중심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소리를 내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우리는 흔히 ‘예수를 처음 믿을 땐 교만하고, 예수를 믿을수록 더 겸손하고 낮아진다’고 생각하지만, 반대일 때도 많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아닌, 조직체로서의 교회라는 구조 속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으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고 합니다. 아주 합리적이고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리더십을 세우려는 것입니다. 목사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 믿을 때의 순종하는 자세가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다시 ‘처음처럼’ 목회해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모든 것이 서툴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는 발걸음이 훨씬 더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온 년수를 잊어버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것만이 주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는 길이라 여겨집니다. 주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다 초짜들이고, 어설픈 초심자들입니다. 어느 분의 고백처럼 우리는 모두 NOTHING입니다. 이 한 가지를 잊지 말아야 은혜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