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짝퉁

by 주병열목사 posted May 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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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짝퉁이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몇 년 전 한국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들어보지 못한 말인데, 요즘 ‘가짜’ 혹은 ‘짜가’라는 말은 사라지고 대신 짝퉁이라는 말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가짜(짜가)’라는 말은 진실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짝퉁’이라는 말은 ‘모방’이라는 의미로 친근감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사용됩니다. 모방은 뭔가 자기보다 더 낫거나 훌륭한 것을 닮아가려는 데서 시작된 것이고, 가짜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위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짝퉁이라는 말은 전에 가짜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진품을 위조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모방이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의미로 변하고 있습니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부정적으로만 보던 것을 이제는 진품이 아니라도 비슷한 물건을 지니면서 진품 못지않게 즐기고 누리는 마음이 현대인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 1절에서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은 것처럼 너희는 나를 본받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본받는다는 것은 바로 모방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토마스 아 켐피스가 쓴 ‘Imitation of Christ(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가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진솔하게 써 내려간 그의 책은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지 모릅니다. 진짜보다 가짜가 더 진짜 같아 보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려고 욕심내어 살아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기에는 아직 너무 가짜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예수님의 짝퉁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을 먹는 것은 참 귀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닌 자처럼 그렇게 살아가려고 언어와 행실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 덧 주님이 누리셨던 그런 풍성한 은혜를 누리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런 은혜가 모든 분들에게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