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 편성

by 주병열목사 posted Aug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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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로운 구역을 편성하는 날입니다. 매년 구역을 새롭게 편성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해 여름 많은 분들이 졸업, 직장, 방문교수 기간의 종료 등으로 교회를 떠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새로운 구역 편성이 부득이 필요합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구역은 1년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구역 편성은 새로운 지체들을 만난다는 기대가 있지만, 함께 했던 성도와의 만남이 줄어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사춘기를 보낸 장년들이지만, 새로운 관계 형성에 대한 주저함과 낯설음이 여전히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교회는 비슷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대학원생, 포탁, 연구원, 교수, 비즈니스, 직장, 가정 주부, 한미가정, 방문교수 등 다양한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맺어진 한 가족이며 그 가치의 소중함을 인정하지만,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여전히 불편할 수 있음도 사실입니다. 모두가 한국 사람들이지만, 마치 외국인을 만난 것처럼 서로에 대한 어색함과 서툼이 있습니다. 이런 교회의 특수성은 구역 편성을 많이 어렵게 합니다. 그동안 여러 방법으로 구역을 편성해 보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무작위 추첨으로 구역을 편성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대부분의 성도님들이 편성된 구역에 대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했습니다. 올 해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구역편성에 대한 만족이 단지 편성 방법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편성 방법보다 편성 후 구역 모임에서 구역원들 간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구역 편성에 대해 높아진 만족도는 편성 방법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섬기고 함께 하려는 구역의 성숙함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 오기까지 구역장님들의 수고와 헌신이 있었고, 또 구역원들의 사랑과 배려가 있었습니다.

지난 운영위원회에서 구역 편성에 대한 논의는 길지 않았습니다.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공유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구역 편성에 대해 염려를 가지고 목사에게 아쉬움과 제안을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목사로서 그런 요청을 귀담아 들으려고 애쓰지만, 일일이 만족스럽게 답을 주지 못함도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답을 새롭게 편성될 구역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것은 구역장이나 한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서로가 격려하고 함께 하려는 의지와 노력, 협력의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갈 수 있는 것들입니다.

지난 해에는 구역에 편성된 가정 수가 너무 많아서 충분한 교제를 나누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한 구역당 5-6가정 정도로 편성할 예정입니다. 전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를 세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령의 도우심과 사랑과 나눔의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구역의 풍성한 관계를 통해 기쁨과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